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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리 슈퍼맘
파리 일상

파리 살이의 불어 실력

by 빠리 슈퍼맘 2025. 3. 26.

내 불어 실력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오랫동안 컴플렉스를 갖고 지내는 중이다.

 

(선천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거나

음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참 잘도 배우더구만,

난 일단 타고난 언어적 재능도 없지만

언어공부에 올인하는 자세 또한 부족하다.)

 

 

프랑스에 오래 산다고 불어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것도 아니요,

프랑스 배우자랑 산다고 불어 실력이 특별나게 좋은것도 아니다 라는,

그걸!

깨닫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내 불어 실력이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실력은 아니라고 안심하는데도

오랜 세월이 걸렸다.

 

불문과 출신이라

기본은 있어서

젊은 시절에

델프 6단계 달프 4단계의 시험은

모두 다 합격했다.

 

토익이나 토플을 거의 최고점을 맞아낸 실력과 비교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불어 시험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으니.

 

문법 시험,

읽고 쓰는 시험,

구술 시험,

신문기사를 여러개 읽고 분석해서

논술식으로 써내는 시험,

델프 달프의 그런건 식은죽 먹기였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불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단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랑스 인들과 공부하고 일할때

내 실력은

그냥 '깨갱' 그 자체.

 

 

불어 발음 중에 한국인이 내기 참 어려운 발음들이 꽤 있다.

 

프랑스 한국기업들을 다니다 보면

같은 한국인이고,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인 실력을 갖고 불어를 하며 사는데,

품위없이

누군가의 불어실력을 평가하고 내리까는 사람들이 꼭 있곤 했다.

 

너무 잘해도 책잡히고

발음을 잘 못해내는 것도 책잡히고

문법 한 번 틀리는 것도 지적당하기도 쉬웠던 한국 기업들.

 

내 심리적 수준으로는

프랑스 한국회사들을 다니며

사람에게 치여서

여기 저기 깨지는

감정적 소모가 불편했다.

 

나는 워라벨을 갖고 살고 싶어

프랑스 회사로 완전히 갈아 탔다.

 

피땀어린 노력이 뒷받침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프랑스 회사도 이곳 저곳을 다녀보다가

내 마음이 가장 평온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눌어앉았다. 

 

이 곳 내 동료들은

내 하찮은 불어를

절대로

절대로

깔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개국어를 한다고 우러러 봐주니

송구스럽기 짝이없다.

 

난 불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모국어인 한국어 4개국어를 한다.

 

불어 영어로는 내 업무와 관련된 왠만한 자료들을 읽고

회의를 따라가고 업무에 사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비록 완벽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업무를 위해 새로운 것을 불어 영어로 익히고 행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정도의 실력.

 

중국 도착하자마자 시장에서 흥정을 할 정도라고

남편은 나를 남들앞에서 치켜세워주지만

중국어는 남편이 파견근무를 나갔을때

혼자 공부한 별볼일 없는 실력.

 

다행히

어린시절부터 한자를 너무 좋아해서

일일공부가 집에 오면 한자부터 써대던 유년시절과 (그림 그리듯 베끼는 게 좋았는지)

중3 때 유일하게 일년 내내 만점을 맞은 과목이 한문이었고 (다른 과목들 성적은? 묻지마!)

대학 때 일부러 한문학과 수업을 2개나 열강하고 (학점과는 정말 별개로)

한자능력시험 몇 급인가를 따낸 정도의 기본 바탕은 있었다.  (불문과 출신 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급수... )

 

4개국어를 하는 사람 ?

우러러 봐주면 부담스럽다.

 

제대로 완벽하게 하는건

아무것도 없다.

 

한국어도 수십년 외국에 살다보니

입안에서 나오지 않고 맴돌기만 하는 단어들이 생기나기 시작한다.

 

한국회사에 다닐때는

3개국어를 사용했다.

불어 영어 한국어.

 

프랑스 회사에서는 2개국어만 사용한다.

불어랑 영어.

 

나의 

부족한 불어와

부족한 영어지만,

 

모국어인 불어만 잘하고

영어수준이 나보다 낮은 프랑스 직원들은

나를 절대로 비하하며 말하는 적이 없다.

 

오히려 4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워 말해준다. (오마나 세상에)

 

내 어찌 이들을 어여삐 여기지 않겠는가.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만

감정소모가 적은 곳은

어디인지 잘 안다.

 

단점을 후려파던 프랑스 한국회사들을 다닐때와

장점을 부각하며 치켜세워주는 프랑스 회사.

 

프랑스 동료들은 외국인인 내가

발음이 틀리거나

문법이 틀려도

무안하게 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가준다.

 

파리 살이 하며 부족한 불어 실력은

여전히 컴플렉스 투성이지만,

 

난 내 프랑스 동료들덕에 항상 고맙고

여전히 불어를 적은 단어장을 갖고 다니며

언젠가 이 불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를

신나게 고대해 본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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