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 맘입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통해서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았습니다.
이따금은 놀랍도록 솔직한 이야기에 솔깃했고, 이 분이 어렵게 공부를 해낼 수 있던 배경속에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눈물도 보았고, 교과서를 만드는 분의 글이어서인지 쉽게 잘 읽히는 글에 푹 빠져보기도 했습니다.
책속에서 가장 아프면서도 가장 용감해 보인 구절을 담아봅니다.
그날은 Y대학에서 박사 과정 시험을 친 날이었다. … 내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었다…네 명의 교수들이 반원으로 앉아 동시에 나와 내 목발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내가 엉거주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 중 한 사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학부 학생도 장애인은 받지 않아요. 박사 과정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
그때 나는 전율처럼 깨달았다. 이 사회에서는 내가 바로 그 킹콩이라는 걸. 사람들은 단지 내가 그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미워하고 짓밟고 죽이려고 한다. 기괴하고 흉측한 킹콩이 어떻게 박사 과정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
… 영화관을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토플 책을 샀고, 다음해 8월 내게 전액 장학금을 준 뉴욕 주립 대학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프랑스 기숙사에 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서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던 석사과정에 있던 프랑스 친구 레아 (가명) 가 떠오릅니다. 남들보다 몇배로 더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공부를 해냈고 비장애인과 경쟁하여 당당히 시험에 합격해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친구.
마스터 2 과정 (BAC+5)을 밟을때는 알비노 증후군을 앓는 친구가 있었답니다. 알비노를 앓던 렉티시아(가명)는 6대 1이 넘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합격해서 국제기구에서 일을 한답니다. 시력이 너무나 낮아서 교수님들이 추가로 시험 때 시간을 더 주시곤 했던 렉티시아는 '단지 운이 좋았던' 걸까요? ...
프랑스 대학원에서는 장애를 가졌다고 결코 렉티시아로 부터 기회를 박탈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 장애인 급우를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그 많은 대학생 중에 장애인 학생을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 새삼 아찔 합니다.
아무리 영리해도 장애인 차별로 받아주는 대학이 없다면...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그 절망감을 어찌 이겨내고 평온한 마음으로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라면... 과연 그런 사회가, 아니 그런 우리 사회를... 당신은 감히 자랑스럽게 선진국이라고 부르짖을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경제만 발전하고 돈만 풍족하면 선진국이라고 부를 자격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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