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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독서

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열화당

by 빠리 슈퍼맘 2024. 10. 16.

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열화당

 

카르티에 브레송은 먹으로 글을 쓰는데, 이는 아마도 먹으로 글을 쓰면 장황 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라 부르는 건, 우리나라식으로 김 씨, 장 씨 이런 식으로 불러버리는 거다. 이름 앙리라고 쓰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아니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다 적든가)

 

불교는 종교도 철학도 아니다.

불교는 자신의 정신을 다스려 조화에 이르고,

자비로써 다른 사람에게 조화를 베푸는 수단이다. 1976 

16페이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불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1994.2.8.

19페이지

 

누구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50페이지

 

나는 경제학자도 기념물 사진가도 아니고 물론 기자도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1973 

63페이지

 

로베르 드와노 ROBERT DOISNEAU

 

우리의 우정은 시간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우리는 연민으로 가득 찬 그의 웃음도, 익살과 깊이를 지닌 그의 촌철살인의 응답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결코 두 번 말하지 않으면서도 매번 우리에게 주는 경이로움. 하지만 그의 깊은 친절, 모든 존재와 소박한 삶에 대한 사랑은 그의 작품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1994

82 페이지

 

(불어식으로 호베흐 드와노 작가의 이 사진은 누구나 한 번쯤 보았지 않을까.

파리 시청역 앞에서 모델을 사서 이 사진을 찍었다던데.

그 와의 우정에 대한 글을 그대로 옮겨 적어봤다) 

 

누가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나의 문제는 삶 속에 존재한다. 

순간의 충만한 의미를 포착하는 것. 

내 관심은 사유에만 끌리지는 않는다.

84페이지

 

 

... 사진기자의 직업은 기록영화와 더 가까운 반면에, 위대한 감독은 소설가처럼 시간을 다룬다. 90

 

위대한 사진작가로 추앙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에세이를 구했다. 

 

작년에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박물관이 있어서 다녀왔던 생각이 나다. 

 

스마트폰 세상에 살게 된 내가 

예술적인 감흥을 받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서 일까나. 

딱히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듯한 예술적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 곳이었다. 

 

사진을 사랑하고 전공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곳이리라. 

나같은 사진 문외한이 아닌. 

 

책이 궁금해,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들긴 했었다.

 

산문조의 짤막 짤막한 글들이라

굉장히 빨리 읽어내려갈 줄 알았는데...

책이 술술 읽히지가 않더라.

당혹. 

 

군데군데 불어로 쓰인 게 고스란히 나와있어서 

그런 곳은 번역부터 읽지 않고 

불어로 읽었다. 

 

그랬더니 어라, 오히려 한국어 보다

더 의미가 빨리 전달되어 오더라.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자꾸 걸려 넘어지는 듯한 구절구절들을 간신히 지나가며 

한 번 이 책에 대해 다른 이들이 적어 놓은 글을 찾아봤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간 분이 있는 걸 바로 찾았다. 

아하 번역에 문제가 있는 책이구나!

 

'une amitié sans faille 균열 없는 친밀함'이란 번역은

만약 내가 번역했다면 '완벽한 우정'이라고 했을 텐데. 

 

번역... 참 어려운 일이다. 

글쓰기 만큼이나... 

 

그래서... 다 읽고난 후 이 책이 좀 아쉬웠다.

뭔가 외국독자에게,

너무 현학적으로

불편하게 읽도록 만들어 버린 책인 듯해서.

 

그래도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이 책의 느낌은, 

철학이 있는 예술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해 준 기록가 이기도 하고,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안고 살다간 예술가 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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