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졸업하다 - 김영희 - 샘터
2014 02
서구의 심리학에서는 부모를
성장과정의 거울이라 여기며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것을 부모 덕,
부모 잘못으로 결론짓는 것이다.
오래 자기 일을 한 사람들은
속이 단단한 법이라 많이 배웠어. …
따뜻하게 지지해 주는 남편이
그녀를 그렇게 단단하게 만들었을까.
아이에게 두 시간씩 책 읽어 주고
유치원에 보낸다는 유진이.
남편 섬기는 것도 꼼꼼한 게 신통하다. …
평소 배우자와 직업은
당사자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기에…
이왕 들어선 길인데 자격증은 따야지.
끝을 맺어야 하잖아.
머리만 있으면 어떡해ㅡ
꼬리도 잘 다듬어야지. …
난 나야.
말하고 싶을 때보다
말하기 싫을 때가 더 많은데…
원래 양로원에서 생활 하려면 3천 유로를 내야 하는데
돈 한푼 없고
자식도 없는 노인은 공짜로 지낸다고.
연금이 꽤 되는 노인들은 다 지불하고.
그래서 나는 좀 불공평 하다가 생각했거든.
열심히 일하며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나
빈둥빈둥 허송세월 보낸 사람이나
똑같은 말년을 보내다니 말이 좀 안되는 것 같아서.
엄마야 말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시네.
엄마가 늘 그랬잖아.
애기가 무슨 죄가 있냐.
모든 어린이는 보호해 줘야 한다라고 그랬지.
내가 양로원에 있어 보니깐
노인들은 모두 애기 같아.
그러니간 모든 노인은
똑같이 보호해야 돼요.
엄마, 저 사람 좀 봐.
명품 옷 가방이 다섯개나 되네.
독일인들은 옷 한벌 장만할 때도
심사 숙고 해서 지출을 하고
디자인도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그 모습과 너무 다른 관광객의 모습이
유진이는 어리둥절 했나 보다.
엄마
나는 창피해서
저런 옷 줘도 안입을 것 같은데
저렇게 고액을 지불하다니.
한국에는 디자이너가 없어요 ?
유럽 명품으로 휘감은 동양인을 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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