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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리 슈퍼맘
파리 절약

DIY - 청바지 축구공 만들기 - 프랑스 육아

by 빠리 슈퍼맘 2023. 1. 29.

 

 

 

큰애가 아가 때 솜을 넣은 애기용 공을 사줬답니다.

 

임시직으로 몇달 잠깐 일하고 번 쥐꼬리만한 돈을 70프로 80프로 다 저축하던 시절.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하고는 뭔가를 산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던 시절.

 

그때 내 아가한테 꼭 선물을 하나 하고 싶더랬습니다.

 

 

 

동네에 아주 근사한 장난감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매번 구경만 갔다가 그냥 나오곤 했죠. 

큰 맘 먹고 애기한테 주고 싶은 선물을 하나 골랐는데, 그때 선물이 바로 푹신푹신하고 다양한 이쁜 색들로 쌓여진 애기용 공이었지요.

 

본전을 뽑고도 남을만큼 너무도 잘 가지고 놀았던 그 공. 

 

 

아가가 간신히 앉기 시작했을 무렵.

아기 소파에 앉혀 큰애를 제 앞에 놓고 공을 서로에게 던지는 놀이를 열심히 했더랬는데, 아이가 까르륵까르륵 거리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직도 아가의 그 함박웃음과 웃음소리가 귓전에 울립니다.

 

 

쭉쭉 크던 시기에 아이들이 많이 입던 청바지가 구멍나고 너덜해지면, 그냥 버리지 않고 천이 멀쩡한 부분을 오려놓았더랍니다. 

 

축구공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안겨주니 너무나 좋아합니다.

 

고마운 상사의 아가를 위해 선물도 했더랬는데, 패치워크로 만든 축구공을 받은 프랑스 상사의 놀라워 하던 얼굴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따금 그때 선물받은 축구공 이야기를 꺼내며 눈을 반짝이십니다.

 

특이하고 정성가득한 선물에 크게 감동을 받아줘서 저도 기쁨이 가득가득.

 

 

지금도 집안 한구석을 차지한 이 10년도 더 된 축구공들을 여전히 제 아이들이 즐겁게 가지고 놀곤 하는 걸 봅니다. 

 

저희 집 거실에는 세계지도, 유럽지도, 프랑스 지도, 파리 지도 그리고 파리와 근교 지도들이 벽지처럼 붙어 있답니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다가 도시 이름이나 나라 이름이 나오면 바로 확인해 보곤 하죠.

 

한번은 아이들이 거실에서 하도 깔깔거리고 놀길래 뭘 하나 들여다보니, 오래된 이 축구공들을 가지고 벽에 붙은 세계지도에 던지고 있더군요. 나라 맞추기 게임을 같이 하는 중이라며.

 

큰 애가 스웨덴 하고 외치면 둘째가 세계지도의 스웨덴을 찾아 공을 맞춰 던지는 거였죠.

 

 

공을 만든지 십여 년 정도 지나니 하도 많이 빨아대서 동그랗고 이쁘던 축구공이 더 낡아지고, 구멍도 나고, 군데군데 다시 덧기운 세월의 흔적도 덧칠되는 군요.

 

여유롭지 못한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낸 치열한 삶의 흔적. 

 

볼때 마다 슈퍼맘 얼굴에 미소 뿅뿅 실어주는 절약 대왕 슈퍼맘표 청바지 축구공 이야기였습니다.

 

행복이 뭐 별겁니까, 이런게 행복이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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