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맘입니다.
동료들에게 배추꽃 사진, 파 수경재배, 고수들, 숙주, 꽃, 토마토, 딸기, 고구마 등등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따금 제가 기르는 것들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은 퇴근하는데 저더러 작은 농장을 가졌다고, '주말 농장 잘 가꾸고 와'라고 하며 인사하는 동료가 있어서 웃었습니다. 호호호
슈퍼맘 집은 곧 100년이나 되는 오래된 아파트, 오스만 스타일의 부자 아파트도 아니고 중산층들이 사기 좋은 오래된 아파트 입니다. (그렇다고 낡은 아파트라고 말하긴 어감이 맞지 않고, 오래된 성을 수백년동안 보수해가며 관리하는 것처럼 아파트 들도 그렇게 보수해가며 쓰는 거죠.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주 좋은 재료로 지어서 아주 튼튼하답니다.)
한국에서는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에서만 오래 살아봐서 공간 여유가 적은 이런 집이 좀 아쉽긴 합니다.
베란다가 한쪽에라도 있으면 빨래 말리기도 좋고, 이것저것 키우는 재미도 배가 되는데.
하지만 집이 작고 식물을 키울 공간이 적다고 기죽을 빠리 슈퍼맘이 절대 아니죠. 푸하하
이 집은 아주 오래된 옛날집이긴 하지만 통풍이 잘되고, 해가 잘듭니다.
그리고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긴 하지만 진짜 원목으로 깔려있지요.
나무를 충분히 몇년간 말려서 만들지 않으면 세월이 지나며 말라서 이렇게 쩍쩍 갈라진다고 하더군요.
아는 사람들은, 요새 많이 쓰는 비닐장판이나 원목 흉내를 낸 화학재료보다, 오래되었어도 진짜 원목으로 만든 이런 나무바닥이 가장 사람이 갖고 살기 좋다고 한답니다. 저도 동감!
유명한 한국 변호사 분이 미국 유학생활 때 그런 바닥이 있는 집에서 사셨나본데 아주 싫어하신 기색을 책속에 쓰셨더군요.
저랑 정반대로 생각하시네요. 호호호.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부엌과 식당, 거실쪽 창가에는 아주 작지만 공간이 약간 납니다.
열심히 열심히 이것저것 심는 재미에 폭 빠져서 계속 심어봅니다. 실험도 해가면서.
누가 채소 씨를 어디서 사냐고 묻더군요.
고수씨는 재래 시장 향신료 코너에서 샀어요. 마트에서는 카레 가루, 소금가루 이런거 파는 코너에 갈아서 팔지않고 씨 그대로 파는 걸 쉽게 구할 수도 있겠네요.
제가 작게 뭘 키우는 걸 아는 지인들이 조금씩 씨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씨를 안사도 되는 것들도 많아요.
이따금 방울 토마토 사면 으깨진것들 있잖아요.
그거 버리지 말고 흙에 그냥 묻어주면 토마토로 자랍니다. 따로 씨를 살 필요가 없어요.
파는 뿌리를 안버리고, 고구마는 순을 내어 덩쿨을 기르고, 녹두 사서 숙주나물 길러 먹고...
어린시절부터 엄마가 고구마 순을 잘 내어서 덩쿨을 만들고, 콩나물 길러서 먹는걸 보고 자라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나봐요.
어린시절부터 멀쩡한 뭔가를 버리는게 참 아쉬웠는데요, 그래서 뭘 좀 뚝딱 뚝딱 만들어 써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때 귤박스가 참 튼튼했었는데, 그 박스 하나를 아빠가 구독하신 외국 잡지(버리시려고 내놓으신) 를 뜯어 붙여서 스카치 테이프로 덧붙여 장식을 만들었더랬어요.
어느날 동생 친구들이 와서 보고는 '어디서 사온건 줄 알았다'고 한 말이 오래 기억에 남네요. 호호호 리싸이클 하고 그런 칭찬을 받아보니 참말로 좋더군요.
버리는 이면지로 깜지장도 만들고, 뭐... 이것저것 잡다하게 리싸이클을 하긴 했나봐요. 지금도 그냥 뭘 버릴때 마다 찝찝합니다.
지구가 아픈데 모두들 작은 노력들을 해야 하지 않나 많이 많이 생각합니다. 프랑스 물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뉴스에서 보니 몇 년 안에 지금보다 30-40프로 더 물이 부족하게 될거래요.
저는 대야를 놓고 물을 아끼면서 샤워를 하고, 머리도 감을때 물을 아껴가며 써요. 그렇다고 절약을 완벽히 잘하는 편은 못되지만, 많이 노력하려고 맘먹고 있답니다.
이제는 우리 어르신들 1960년대 70년대 아끼며 쓰시던 그때처럼 절약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이상 맘놓고 숨쉴 수 없고, 맘놓고 물을 마실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모두들 다함께 노력하면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나요?
채소 씻는 물, 쌀뜨물 같은것은 그냥 버리기 정말 아깝습니다. 이런 물은 화분에 주기도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 찌꺼기도 너무 아까워요.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 찌꺼기를 무료로 가져가라고 제공하기도 합니다. 전 집에서 하루 한잔 마시는 커피 찌꺼기가 많지는 않지만 버리지 않고 화분을 만들어요.
화분은 뭐 대단한 게 아니고, 채소를 살 때 따라오는 플라스틱 통입니다. 가급적 종이 봉지에 채소를 골라담는 편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플라스틱 통에 든 채소가 더 싱싱할때, 훨씬 쌀 때는 그걸 골라오죠.
이 플라스틱 통들도 그냥 못버립니다. 모아놨다가 리싸이클 통에 버리기도 하지만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서 작은 화분처럼도 사용해요.
음식찌꺼기는 아직 재활용을 잘 못하는 프랑스.
저도 잘 못합니다.
하지만 오렌지나 귤, 바나나 껍질을 이따금 통에 넣고 물을 부어 물거름으로 만들어 쓰죠. 이건 아시아 친구 하나가 직접 만들어 쓰는걸 보고 배웠어요.
찾아보니 음식 찌꺼기 중에 말려서 으깨면 흙속에 뿌려줄 좋은 거름이 될 만한 것들이 많더군요. 저는 계란껍질을 안버리고 말려서 으깹니다.
호두, 해즐넛을 깐 껍질도 안버리고, 발로 밟아서 으스러뜨린 후 흙속에 넣습니다.
그렇게 식품 부스러기로 만든 슈퍼맘표 흙속에서 요즘 고수들이 엄청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뿌듯합니다.
환경보호에 작은 한 몫도 하고,
작은 농장도 키우고,
힐링도 되고.
푸하하하. 이거 일석 몇조 입니까. 헥헥대며 사는 빠리 슈퍼맘 (이것저것 헐레벌떡 해야 해서 슈퍼맘) 도 해내는데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다 하실 수 있어요.
저렴하게 행복을 찝어 보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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