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십대 중반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동안 종교는 내게 중요한 의존 대상이었다.
그 시기에 처음 스님 방에 초대받아 차를 얻어 마신 일이 있는데
그때 받았던 충격이 생애 내내 잊혀짖지 않고 되살아나곤 했다.
그 충격의 핵심은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158
아주 오래도록, 노인들의 모습에 유독 시선이 닿고 또 오래 머무는 진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야 문득 한 가지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일시.
그러자 한꺼번에 아주 많은 것들이 이해되었다.
내가 1.5세부터 6세까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는 점.
주변 대상들을 모방하면서
자아를 형성해나가는
그 시기에 내가 동일시한 대상이 노인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노인들과 동일시하면서 형성된 내 정신의 일부에는
이미 노인의 정서, 노인의 방식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면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이미 노인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그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했고,
그 지점에 오히려 어떤 심리적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206
... 그런 이들은 형제나 친구와 경쟁하면서 생의 치열함을 배우기도 전에
이미 삶을 마무리하는 노인네의 정서와 방식을
습득해버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208
...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그런 점들도 끌어 안을 수 있게 된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 241
인간에게는 호의를 베풀어놓고
상대가 그것에 대해 보답하는지를 지켜보는 무서운 속성이 있다고 한다. ...
그동안 내가 베푼 친절에도
틀림없이
그런 속성이 있었을 것이다. 306
자기 지지
타인의 칭찬에 들뜨거나,
외부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 중심을 획득 할 수 있을 것. 321
혼자 있기
혼자있기의 건강한 측면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분리와 개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은 채
충만함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정신 건강의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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