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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독서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by 빠리 슈퍼맘 2025. 1. 4.

2014년 8월 1일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그해의 5월도 아름다웠다.

교정에 라일락 향기가 숨 막히던 5월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때 학제로는 중학교가 6학년까지 있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거였다.

해방후 몇년간 8월을 학기말로 하고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그게 미국식 학제라고 하니 뭐든지

미국식을 좋아할 때라 그대로 고정되는 줄 알았는데

종전대로 봄 학년도로 환원한다고 했다.

 

오래된 나무기둥의 감촉을 즐겼다.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때

좋은 고흐의 미술전이 있어 가보았지만

관람객이 너무 많아 사람들 틈 사이로 얼핏 얼핏 엿본 것처럼 감질이 났었다.

 

어려서 부터 좋은 그림과 접한다는 것은

요새 태어난 아이들의 큰 복이지만

그 애들이 떠드는 것도 나로서는 참기 힘들었다.

 

강력한 정신한테 허약한 정신이 한바탕 휘둘리고 난 후유증이 아닐까 싶었다.

 

박경리 선생님

돈으로 치면 몇 푼 안되는 푸성귀를 얻기 위해 땅을 기던 선생님 ,

쌀 한톨을 위해 부엌 바닥을 기던 선생님,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그때 미팔군 피엑스는 지금의 신세게 백화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일대의 큰 건물들이 다 불타고 파괴된 가운데 오직 그 건물만이 온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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