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폴란드 친구가 들고 있던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에
눈이 꽂힌 적이 있다.
동유럽계의 아름다운 내 친구의 모습에 감탄한 적은 있지만
'질투'라고 불릴만한 감정에 휘둘린 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 나라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폴란드 작가의 책에 눈이 꽂히던 순간,
잔잔한 호수에 쳐박히는 번개 마냥
번쩍이는 질투심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더랬다.
책욕이 미욕(美欲)을 덮어버리던 그 순간.
***
친정나들이 직전에
갑자기 프랑스에 사는 한국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한강의 책 몇 권을 사다 달라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책들을 읽고 싶다고.
난 그때서야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발표난 일을
그 친구가 먼저 알고
그 엄청난 소식을 그렇게 간접적으로 알게 해 줬다.
한국에서 한창 신나게 노는 도중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자신의 프랑스 상사 한 분도 한강의 책을 부탁한단다.
불어판은 구하지 못했고,
영어판이 교보문고에 있어서 바로 샀다.
그 뿌듯함을 어찌 글로 표현해야 할지...
프랑스에 사는 한국친구를 위해 부탁받은 책을
서울시내 서점에서 구하지를 못했다.
책이 동나서 살 수가 없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
결국 채식주의자 한글판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차에
공항의 작은 서점에서 간신히 사 올 수 있었다.
이 뿌듯함을 어찌 글로 표현해야 할지...
번역본이 아닌
진짜 한글로 쓰여진 노벨문학 수상작들을 읽어낼 수 있는 기쁨.
간만에
진짜
신 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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