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 맘입니다.
파리에서 차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서 몇년 살았더랩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이 여전히 지속되어 이따금 친구들을 가서 만나고 옵니다. 명절때마다 한국에는 못가지만 명절때마다 만나는 친구팀들이 있답니다.
몇년 전부터는 이 도시에 갈때 짐이 더 늘어났습니다.
그곳에 사는 친구 하나가 어느날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왔습니다.
자기 친구가 위암으로 죽었는데 갓난 아이를 남기고 갔다고.
제 아이가 입던 옷과 책들을 좀 챙겨줄 수 있느냐고.
친구의 친구는 중국분이었는데 위암에 걸렸었답니다.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천사가 되었다는 군요. 그 분의 프랑스 남편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댑니다.
제 딸애보다도 몇살 아래인 그 아가는 엄마가 없어졌네요.
아, 참 맘이...
외국에 와서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일찍 가셔야했던 그 분.
갓난 아이를 남기고 가는 마음이 어떠했을지 ... 감히 상상할 엄두가 안납니다.
그때부터 였습니다. 이 아이를 위해 옷가지와 책들을 모아두기 시작했죠. 원래 그냥 버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나눠쓰는데 이때부터는 특별히 이 아이를 위해 따로 모아두죠.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안나(가명).
제 친구는 안나를 지금껏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이 잘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제 친구 뿐 아니라, 근처에 사는 고인의 다른 친구들도 안나를 케어 합니다.
어느날 친구가 안나의 사진을 몇장 보내오는 군요.
사진속의 안나가 제가 전해 준 옷을 입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해 옵니다. 맘이 찡해 옵니다.
주변에서 함께 힘을 보태고 있으니 안나의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분명 미소짓고 있을 겁니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한걸음 두걸음 앞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랑 옷가지와 물건을 또 추려봅니다.
안나에게 전해 줄만한 것들을 따로 가방에 넣어 봅니다.
추운 겨울날 군불같은 미소가 제 아이와 제 얼굴에 번집니다.
'파리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2022년 - 고아돕기 바자회 - 키슈 로렌과 디저트들 (0) | 2022.11.21 |
---|---|
프랑스 헐값인 약값 (0) | 2022.11.16 |
프랑스 우체국 서비스에 놀라는 한국 지인들 - 빈번한 도난 사건, 배달 문제... 기타 등등 (0) | 2022.11.10 |
프랑스 - 토요일 아침 빵빵빵 자동차 소리 (0) | 2022.11.05 |
프랑스 인들의 이름 - 파리 일상 (0) | 2022.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