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빠리 슈퍼맘입니다.
제 아이들을 보니 프랑스 공립 초등학교 5년간 교과서를 갖고 공부한 과목이 아주 드물었어요.
선생님이 프린트 물을 나눠주고 아이들은 그것을 공책에 붙여가면서 공부하거나, 파일에 정리해 가면서 수업을 하는군요.
프랑스에서는 교권이 세서 한국에서 부러워 하는것 같던데, 저는 많이 답답합니다.
제 아이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고, 시장님의 아이들도 다닌 수준이 괜찮은 공립이랍니다.
한학년에 3개 반이 있는데, 반마다 진도가 다 조금씩 달라요.
선생님들이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권이 세다’ 보니 교사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일도 많거든요. 그래서 학기말에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도 배운 것이 다르고 진도도 다른 일이 일어나는군요.
교권이 세다 보니, 선생님이 편애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릴 수 밖에 없고 성적표라는 게 등수 없이 표시되다 보니 아이를 평가는데 객관적으로 알기 애매모호한 시스템입니다. 교사의 개인적인 의견이 중요하다 보니 형평성이 부족한 평가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린트물은 종이를 아끼려고 아주 작게 프린트를 하는 일도 많아서 노안이 온 학부모들은 읽기도 버겁습니다. 프린트가 깨끗하게 되지 않아서 무슨 글씨인지 못알아 보는 경우도 있지요.
학년초에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보면 항상 어느 학부모가 칼라프린트를 해올 수 있나 조사를 합니다.
선생님들이 맘껏 칼라로 프린트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학부모들한테 기댈 수밖에 없죠.
일년에 한 번씩 돈을 걷기도 하는데 학부모들이 알아서 기부를 합니다.
처음에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혀서 아이 친구 엄마한테 물어보니 30유로 정도 낸다고 하더군요. 사립학교 수업료가 일 년에 2000유로 정도니 공립학교의 무료 교육에 30유로 정도 돕는 건 큰돈은 아니지요.
공립 유아원에서부터도 모두 일년에 한 번씩 돈을 거두고 선생님들은 그 돈을 시청에 70프로 정도 갖다주고 나머지로 색연필, 종이, 물감 등등을 구매하는데 보탠다고 합니다. 시청에서는 이 돈으로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는데 보태고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처음으로 국어(프랑스어)와 수학 교과서가 생겼네요. 하지만 학생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빌려주는 교과서랍니다. 사립을 다닌 큰애도 보니 중고등학교에서 학기초에 교과서를 빌려주고 학년말에 교과서를 반납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를 아주 깨끗이 써야해서 글씨를 써넣거나 하면 안 되지요.
이렇게 교과서를 몇년간 돌립니다.
교과서에 아무런 표시도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합니다.
모르는 부분을 따로 다른곳에 표시를 해야 한다는 거죠.
교과서가 없는 과목은 선생님이 써주는 것을 받아 적는데 그게 교과서를 대신하는 겁니다.
아이가 야무지게 종이에 적은것들을 잘 정리하면 문제가 없지만, 파일을 잊어버리고 집에 두고 왔다거나 종이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거나 잃어버리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시험기간에 빠뜨리고 공부를 못하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죠.
교과서를 주욱 순서데로 공부한다면 따라가기 수월한데,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수업을 해서 몇 페이지 무엇을 배우는지 제대로 알아둬야 합니다.
SNS로 매년 같은반 학부모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수도 없이 질문이 들어옵니다. 어느 과목 프린트물 사진 좀 보내달라, 수학 몇 페이지 몇 번 문제를 풀어야 하나, 숙제장에 뭘 빠뜨린 것 같은데 확인을 요망한다... 등등.
아이들이 알아서 해야 할 부분들인데도 학부모들이 개입해서 풀어 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 분명 어딘가 금이 가서 새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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