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로 보석은 삐에르 프레시예즈 - 우리나라 말처럼 보배로운 돌입니다. 돌을 열심히 세공해서 반짝거리게 하면 보석이 되는 거죠.
아이들은 모두 세공 전의 보석이고, 피어나기 직전의 새싹들입니다.
원래 태어나기를 영리하게 태어나서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몰라서, 공부할 분위기가 되지 않아서, 공부를 할 목표를 잡고 스스로를 격려할 줄 몰라서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프랑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한반에 30명이 넘는 아이를 상대로 가르치다 보면 아이 각각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어려울 듯합니다.
저 어릴땐 한 반에 60명씩 있었는데 그 많은 어린애들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제대로 못 외워서 나머지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소록소록 나는군요.
손바닥도 맞았던것 같고,
하필 남아서 공부하던 중에 제가 차비로 써야 하는 동전을 떨어뜨렸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냉큼 집어 들고는 자기가 안 가져갔다며 내주질 않아서 싸움도 할 줄 몰랐던 저는 바보처럼 울음보만 터뜨렸던 생각도 나네요. 그때 차비가 100원이었어요.
그날 나머지 공부도 속상했고 차비까지 그렇게 반 아이가 눈앞에서 훔쳐가는 바람에 속상해서 교실 벽에 붙어서 벽이 젖도록 엉엉 울었더랬죠. 누군가 제가 운다고 선생님을 불렀고 차비는 결국 선생님 주머니에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흐응, 구구단은 제게 그런 거네요. 맞고 울어야 했던.
그치만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퇴근하고 싶으셨을 텐데 남아서 아이들이 완벽히 해낼 때까지 체크하셨던 선생님들이 계셔서 제가 수포자가 안되었나 봅니다.
제 둘째 아이는 구구단을 외우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남편과 큰애가 차례로 달려들어서 구구단 외우는 걸 돕다가 둘 다 나가떨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나섰습니다.
비록 몇달씩 걸리며 고생을 했지만
2년 후에
제 둘째는 반에서 2명만 받은, 계산이 빠른 아이에게만 주는 상장을 받아왔죠. (상장이라고 별건 아닙니다. 담임 선생님이 프린트해서 싸인해 주신 A4용지)
참 잘했죠?
느무느무 기쁘고 기특했습니다.
둘째는 어릴 때 음감이 좋았는데 저 어릴 때처럼 노래 부르듯이 구구단을 외우게 해 봤습니다.
외워도 또 잊어버리고 또 외워도 잊어버리고를 반복...
노트를 만들어서 구구단을 제가 쓰고 9 x 9 = 7 x 4 =...
아이가 답을 쓰게 하기도 했어요.
아이가 자주 틀리는 건 다시 질문을 반복해서 아이가 실수를 하지 않을 때까지 했더랍니다.
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아이가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가 여러 가지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결국 해냈습니다. 구구단 외우기.
이후에 공부 잘한다는 아이한테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구구단 외우는데 얼마나 걸렸냐고요.
6개월이라고 대답하는 그 아이의 대답에 제가 놀래버렸습니다. 그런 아이도 6개월이나 걸려서 외운 건데 우리 둘째가 단번에 못 외운다고 식구들이 실망했던 일이 아쉽습니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고 그 속도에 맞춰서 가야 하는 건데 말이죠.
아이에 따라 구구단을 외우는 속도도 이렇게 다르다 보니 가정에서 그걸 조율해주는 게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제 둘째 아이 주변에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보면 집에서 꾸준히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공부시키는 경우들이 많아요.
공부뿐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것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지요.
저도 항상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학부모 중 하나입니다.
일단 제 경험상으로는 자기한테 맞는 공부법을 아이가 혼자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함께 일정기간 관찰을 하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도와주시면서 지도하는 게 지름길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에 따라서 그 기간이 짧을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리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인내심을 갖고 도와 줍시다. 아자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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