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랑스에서 아이 키우는 워킹맘 이야기 빠리 슈퍼 맘입니다.
주재원으로 외국에 파견나가는데 로망을 가진 분들 많으시죠?
저도 남편이 프랑스 회사에서 주재원으로 내보낼 때 온갖 환상을 갖고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서 월세부터 아이 학비, 비행기표, 바캉스 비용 등등 갖가지 금액을 다 내주고 프랑스에서만 일하던 것보다 조건이 좋다고 좋아했던 기억. 아이가 현지에 가서 외국어를 모국어만큼 잘 배워 올 거란 기대감과 저도 외국어를 배울 거란 다짐... 등.
하지만, 저는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단녀가 되는 계기가 되었죠. 그것을 떠나기 전에 이미 각오하고 남편 외국 파견에 찬성을 했었다고는 해도 몇년뒤 뒷감당을 해냈던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죠. 그땐 젊어서 패기에 넘쳤고 경단녀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더랍니다.
현지에서는 아침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남편만 기다리고 살 수도 없었고, 많이 낙후된 곳이라 제대로 언어를 배울만한 기관조차 없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언어를 얼마든지 쉽게 배울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 같지 않았지요. 그곳은 한국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곳이었기도 하구요. 이것저것 알아보다 결국 포기해버리고 독학을 해야 했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학교에 수시로 가서 아이와 춤을 추던가, 행사에 참여하고 아이 옆에 있어줘야 하는 일들이 곧잘 있었답니다.
이런 건 정말 약과였어요.
아이가 아플 때 제 힘으로 아이를 병원도 데려가지 못하는 기분이란... ㅠㅠ
너무나 바빴던 남편이 어렵게 현지에서 몇 군데 보고 구했던 아파트는 제 맘에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주재원분들이 대개는 현지에 있는 회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미리 구한 뒤에 가족들이 합류를 하는 편인데 그게 아내들 입장에서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게 십분 이해가 됩니다.
아이라도 있으면 학교등록 문제를 위해서라도 당장 아파트부터 구해야 하는데 자신도 적응이 다 되지 못한 현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가며 아파트를 알아봐야 하는 심정이란 결코 편치 않겠지요.
에스 사의, 이름에서 빛이 반짝반짝 나시던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재원 4명 중에 한 명꼴로 가족들의 현지 적응 실패로 주재원 생활을 끝낸다고 하신 것 같네요. 회사에서 큰돈을 투자해서 주재원을 현지에 보내는데 회사로서도 손실이 아주 크다는 말씀을 해주셨죠.
한국에 살던 집문제며, 만약 저처럼 경단녀가 되면서 까지 외국에 따라 나가는 아이 엄마라면 주재원 실패담은 가족에게도 많은 짐을 지어준 힘든 일이 되겠지요.
어디를 따라가도 잘 지내고,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현지에 잘 적응하는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힘들고 외롭고 우울하게 보내시는 분들 역시 많으리라고 봅니다.
저는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첫 3개월은 우울모드가 명랑모드 보다 더 강했던 기억이 나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느껴서 무기력해진 그런 느낌이 들어서 랄까요.
그렇지만 벼르기만 하던 요가를 주재원 와이프로 있는 기간에 배울 수 있었고, 요가공연에 두 번이나 참석하는 기회까지 얻었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상을 탈출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줬죠, 공연 녹음한 걸 보니 제가 실수한 게 눈에 확 띄더군요. 누군가 어, 저 사람 실수했다 하는 소리도 들렸고. ㅎㅎㅎ 다 추억이 되었습니다.)
좀 친절해 보인다 싶은 현지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서, 비록 엉망인 실력이지만 현지어로 이야기를 걸고 친구가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서로의 집으로 초대받아 오가고, 아이들이 함께 놀게 되고, 현지인들의 생활 방식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며 모방하게 되더군요. 친구가 많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친해진 몇 명만 있어도 삶이 윤택해집니다.
아는 과일만 사다먹다가 현지인 친구들 집에 가서 얻어먹고 나서야 현지 과일들이 얼마나 맛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잘라서 먹는 건지 배우고 각종 과일의 열성 팬이 되기도 해 봤고요,
요리랑 원래 거리가 멀었지만 한류덕에 알려진 김치랑 김밥을 가르쳐 달라 졸라대는 친구들과 남편 회사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불러서 시범을 보이고 직접 만들도록 도와봤지요.
그리고 몇달 지나니 한국어 배우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이 있어 서로 언어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어요.
제가 현지 기후에 적응하기 어려운 체질이었는데 현지인 친구들이 절 병원에 데려가 주기도 하고 약을 다려주기도 하더군요.
이래 저래 현지인과의 교류가 있어야 진정 그나라를 배우고 이해하기 좋아진다고 봅니다.
남편 따라 외국에 나갈때 결심했던 맘이 절대 작지 않았을 텐데, 그 맘으로 현지에서 최대한 적응할 방법을 모색해 보세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도 뿌듯하고 재미나고 설레는 그런 시간이 되도록 찾아보세요. 현지 교포들과만 어울려서 한국말만 하고 어울려 다니시지만 마시고, 현지어를 배워가며 공원에 홀로 계신 노인분들 말벗도 되어 드리고, 홀로 식당에서 식사하는 옆자리 프랑스 인들에게 말도 용기 있게 걸어보시고, 입꼬리를 눈밑에 걸고 미소 뿅뿅 쏘시면서 현지 친구들도 만드세요.
유니세프 UNICEF 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아준다던가 헤스터 드 퀘흐 RESTO DU COEUR 등 에서 밥 퍼주는 봉사를 해보세요. 맘만 뿌듯해지는 게 아니라 친구들도 저절로 생길 겁니다.
자주 가는 마트 직원들에게 말이 잘 안 통해도 봉주르 인사를 열심히 하세요. 언어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짓과 눈빛으로도 하잖아요.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낯으로 대하세요. 그분들이야 말로 당신의 안부를 매번 물어주는 친구들이 되어줍니다.
한국처럼 화장을 하고 집앞에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나이드신 할머니들께서 화장을 더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편하게 하고 나가시면 편하게 다가오는 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남편은 하루종일 현지에서 힘들게 일하다 집에 들어올 텐데 남편을 들볶진 말고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시고요.
아이는 온가족이 모이는 시간에 감정이 가장 편안해질 테니 남편한테 아이 앞에서 바가지 긁지 마시고요. ㅎㅎㅎ
프랑스로 남편이 파견되어 오신다면 역사와 문화의 나라 프랑스, 우리나라 보다 선진국인 곳에 오시니 제가 겪은 것보다 훨 운이 좋으신 겁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곳곳을 방문하시고, 탐방해 보세요.
센 강가(혹은 사시는 곳의 강가)에서 날씨 좋은 날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그냥 강물이 흘러 가는 것만 봐도 즐거울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해 보세요.
첫발을 디디기가 너무 어려워 아무것도 못하시겠다면, 프랑스존 한위클리 인터넷 광고를 내서 현지 유학생들에게 도움을 얻어보세요.
짧게 짧게 아르바이트를 요청해서 지하철 타는 법, 기차 타는법 등을 배우시고 현지 생활에 유용한 것들을 배우고 또 배우세요. 만약 아이랑 같이 오셨고, 아이 학교에서 요구하는것들이 뭔지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감당이 안되면 적당히 사례를 하시고 주기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놓도록 해보세요.
프랑스 한인사회는 이민자 사회가 아니라 유학생들의 사회라고 하던데, 현지어를 알고 현지생활에 이미 적응한 유학생들 중엔 알바에 목말라 있는 분들도 계실 테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겁니다. 독실한 종교인이시라면 그쪽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으 실 수도 있겠고요.
말문이 좀 트이시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들을 찾아서 언어교환을 해보세요. 아마도 학교에서 어학연수받는 것보다 500프로 이상의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남편의 주재원 시절은 인생에서 짧으면서 나름 행복했고 축복받은 시간들이었는데, 일을 할 수 없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내면에 두고 살았더랍니다. 그때 이런 생각에서 좀 더 쿨하게 자유로워져서 그 순간을 200프로 즐기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던 것이 후회되는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오래 전의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저보다 훨씬 영리하게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홧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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