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 맘 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온몸이 움추려 지는 요즘입니다.
올 겨울에는 전기를 아껴써야 한다고 주변에서 하도 말해서 아직도 난방도 켜지 않고 있네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오래 가는 군요.
아침 출근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1분 1초가 아쉬워 눈앞에 회사가 보이면 뛰어야 하기도 합니다. 전철은 이따금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한대 두대 그냥 떠나는 걸 지켜 본 뒤에야 올라타기도 합니다.
며칠 전 바삐 출근을 하며 길을 건너는데, 둘째랑 유아원때 같은 반이었던 레나(가명)의 엄마가 보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봉주흐 인사는 해야죠.
절 못 보고 옆으로 지나치는 레나 엄마를 불러 인사를 합니다.
반갑게 인사만 하고 지나칠 줄 알았는데 제 뒤를 레나 엄마가 바로 따라 오는군요. 깜짝 놀래서 왜그러나 했습니다.
레나 엄마는 중학생이 된 자신의 딸의 등하교를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데, 이따금 제 딸을 길거리에서 지나치며 만났더라구요. 동네의 공립이 아닌, 다른 곳의 사립에 다니는 제 딸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게 되었고, 마침 자신이 사는 곳이 제 아이 학교랑 가깝댑니다.
인사만 하던 사이라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도 잘 몰랐네요.
그런데 앞으로 날이 추워지고, 기차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타 등등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그때 제 아이가 자기 집에 오게 하라고 주소를 알려줍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인데 힘들때 도와줄테니 꼭 연락하라고 먼저 손을 내밉니다.
그 날 아침, 여유없이 바쁘게 출근을 하다가 이 엄마한테 감동을 먹어버렸습니다.
곰곰히 왜 이런 제안을 해왔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제게는 폴란드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이 친구 덕에 폴란드 말로 아침인사를 배웠더랬는데, 레나 엄마도 폴란드 사람이랍니다.
남편이 프랑스에서 일을 하는데 이 엄마는 불어를 잘 못했어요.
그런 경우에 학부모들하고도 쉽게 어울리기 어렵고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기 쉽답니다.
생각해 보니 유아원과 초등학교 7년동안 저랑 아침에 마주치면 반갑게 폴란드어나 불어로 인사를 하기만 했던것이 그 사람에게는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에서 작은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잔잔한 감동도 먹고, 인사의 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으로 부터 받는 잔잔한 행복이 이런 건가 봅니다.
아싸! 참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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