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 맘입니다.
파리에서 일하는 저는, 가끔 프랑스 동료들을 보며 놀랍니다. 동료들이 자주 바뀌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를 접합니다.
항상 무조건 새것을 사는 게 아니라 일부러 수리된 중고 물품이나 중고옷만 파는 가게들을 다니며 물건을 사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꼭 월급이 적다고 그렇게 사는 건 아니더군요.
한국 지인들도 프랑스화가 많이 된 분들은 이렇게 중고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물건만 괜찮으면 사씁니다. 하지만... 한국분들 중에는 새것이 아니면 극도로 싫어하는 분들도 꽤 있네요.
1900년대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나라들보다 더 가난했던 한국. 어느새 고도성장 속에 잘 사는 나라 축에 끼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언제 그렇게 부자였다고 항상 부자였던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걸까요. 아이엠 에프나 큰 경제위기가 오면 어지럽게 흔들리는 불안 불안한 한국경제 속에서 지금 조금 있다고 씀씀이가 크게 사는 것이 위태 위태해 보입니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웁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던 시절의 한국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궁상맞은 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것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이 말을 해 준 것이 머리에 콕 박혔습니다. 좋은 말입니다)을 되새기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말에 구멍이 주기적으로 생기고, 산 지 얼마 안 되는 옷에도 구멍이 나곤 합니다. 저는 바느질해서 기워 신고 기워 입습니다. 이제는 젊은 시절보다 연봉이 몇 배나 올랐지만, 잠깐 손보면 멀쩡 해지는 것을 그냥 버리고 살 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올바른 절약'이라고 생각해요.
절약의 시작은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절대적으로 믿습니다. 이까짓것 작은것 아껴봐야 뭐하냐 하는 마인드는 가난의 시작입니다.
20년 25년 지나서 중년이 되고 보니, 전에 저보다 훨씬 돈을 잘 벌던 프랑스 지인들 중에 지금 저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절약의 개념 없이 물쓰듯 쓰고, 살면서 뜻밖에 겪게 되는 사건사고와 건강문제들이 부딪혔을 때 무너져 버리기도 합니다.
허영과 사치를 부리지 않고, 꿋꿋하게 절약하며 이겨낸 저의 지난세월이 보상받는 중입니다.
작고 오래되었지만 대출의 끝이 보이는 내 집이 있고 (프랑스에서는 25년 30년 은행 대출로 집을 많이 삽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처럼 결석하지 않고 항상 자리를 지켜주셔서 든든한, 프랑스 선생님들이 계신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갖고, 프랑스에서 제일 비싼 동네에서 쁘레빠를 하게 된 아이에게 비싼월세를 내야하는 원룸을 준비해 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남편이 저에게 알뜰하다고 칭찬해줍니다.
필요한 것만 사쓰는 건 남편한테 배운 건데, 남편이 절 잘 가르쳐 줬나 봅니다. 남편한테 받은 칭찬을 언젠가 되돌려 주려고 마음 한편에 저금해 놨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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