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빠리 슈퍼맘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 내내 일기를 숙제로 써내고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도장도 찍어주셨더랍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꽤 모아졌는데,
국민학교 6학년 때는 그 일기장 묶음으로 상을 받기도 한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그런 걸로 무슨 상을 다 주시나 했는데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 주신 게 아닌가 싶군요.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일기라는 것을
학교에서 쓰게 하는 걸 (제 경우에는)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큰애가 공립 초등학교 4학년 때 딱 한 번,
담임 선생님이 주기(週記)를 쓰도록 하셨어요.
매일 쓰는 일기(日記)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주기였답니다.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일들을 경험하게 해 주도록 항상 찾고 사는 편인 저에게는,
그것을 기록까지 하게 하신 담임 선생님께 감사한 맘이 들었어요.
박물관에 찾아다닌 것,
친구네 가서 체리를 따온 것,
깊은 가을 숲에 가서 밤을 주으러 다닌 것,
이 동네 저 동네 공원 가기,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
기타 등등 일 년간 가족들이 보낸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소중한 추억 보따리가 아이의 주기 안에 들어갔네요.
박물관을 가면 티켓과 안내서를 꼭 챙겨 오고,
사진을 프린트해 오려서 글과 함께 주기를 채워나갔답니다.
학년말이 되어서 큰애가 그러 덥니다.
담임 선생님이 칭찬을 아주 많이 해주셨다고요.
반에서 유일하게 1년간 ‘주기’를 끝까지 쓴 아이는
제 아이 하나뿐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반에 30명이 넘는 아이 중에서 제 아이 하나만 해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죠.
제 아이에게 물어봤답니다. 그래서 기분이 어뗗어?
제 아이에게는 담임 선생님이 내주신 1년간의 숙제를 유일하게 해낸 성취감이 상당할 것 같죠?
ㅎㅎㅎ 그런데 제 아이는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합니다.
쥬 멍 푸떼!라고 합니다. 전혀 별 느낌이 없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제가 6학년때 별로 대단한 거 같지 않은 제 일기장 모음에
상까지 주시는 선생님들을 보고 왜 그러시나 했던, 뭐 그런 느낌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세월이 많이 흐르면 아이도 빼먹지 않고 써갔던
‘주기’에 대해 다른 가치를 부여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프랑스에서 직접 공부하고 아이들도 키우다 보니
한국에서 제가 접한 단답형이나 선택형 시험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게 참으로 중요하더군요.
서너 시간씩 걸리는 시험 동안 여러 페이지에
지식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쏟아 내야 한다면
평소에 글을 써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carnet de voyage 까르네 드 브아야쥬 라고
특히나 여름 바캉스 때
여행기록을 하는 문화가 있던데요,
여행하면서 썼던 지도, 여정도 적고,
갖가지 경험도 적고, 사진도 붙이고,
방문한 곳들 티켓도 붙이고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글쓰기에도 취미를 갖게 도움이 될 거예요.
자, 아이가 재밌게 글쓰기를 하게끔 돕고픈 세상의 모든 슈퍼맘들, 파이팅입니다!
'파리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안아주기 - 프랑스에서 가난이 재산이었던 시절의 육아교육 (0) | 2022.04.14 |
---|---|
근검절약 몸소 실천하기- 프랑스에서 가난이 재산이었던 시절의 육아교육 (0) | 2022.04.12 |
응원과 박수를 주고 감동을 되받아 온, 동네 고아돕기 바자회- 프랑스에서 아이 키우는 파리 워킹맘 이야기 (0) | 2022.03.31 |
외국어 교육 - 프랑스 기숙사 생활에 대해 - 프랑스에서 아이 키우는 파리 워킹맘 (0) | 2022.03.28 |
외국어 교육 - 완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고 싶은 맘을 내려놓기 - 프랑스에서 아이 키우는 파리 워킹맘 (0) | 2022.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