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맘입니다.
화 금 일 요일 아침에 8시부터 재래시장이 서는 곳에 잠깐 들렀다가 아침에 간단히 장을 봐서 출근하는 일이 있답니다. 다른 동네라서 전차를 타고 갔다가 다시 전철을 타는데 워낙 싸서 오이, 포도 등 각종 간식을 사들고 출근하는 일이 종종 있어요. 대개는 바쁜 아침 출근길에 이러기 쉽지 않은데 야채값이 너무 올라서 더 자주 시도 중이랍니다.
한번은 비가 죽죽 내려서 밑바닥을 잘 보고 다녀야 했던 날, 재래시장에 가서 감을 샀답니다. 마트와는 비교도 안되게 싱싱하고 통통하고 싸다보니 하나만 사려고 갔다가 4개나 집었네요. 감을 사고 나오다가 공장에서 잘 못 잘리거나 규격에 안맞는 수세미를 모아 싸게 파는 걸 보고 청소할때 쓰려고 또 집어 들었습니다. 4개 1유로 하던게 1.5유로로 올라버렸긴 하지만 질이 좋아서 청소하기 참 좋거든요.
출근할때 책 담아 다니는 제 작은 봉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정장을 입은 저의 가방에서 수세미도 보이고... 호호호
챙피한 것도 모르고 전차에 오르는데 앞에 앉아있는 아랍여인이 저랑 제 봉투를 슬쩍 봅니다. 멋적어졌지만 사람도 포화상태인 전차안에 서 있을 자리가 그 여인 옆에 좀 있더군요. 거기서 서서 책을 읽으며 가는데 갑자기 누가 절 툭툭 칩니다.
아, 바로 그 아랍여인이네요.
한마디도 안하면서 저를 툭 친 건 자기가 지금 내리니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신호를 한거 였어요.
사람들이 많은데서 남들말고 '일부러 저를 앉히려고' ...
문득 제 싸구려 쑤세미를 눈여겨 본 그 여인이 저를 내려깔며 본 게 아니라, 그 사람도 사다 쓰는 물건이라 눈에 띄어서 그랬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호호호
아주 작은 호의를 받았지만 며칠간 잊혀지지 않고 맘이 뜨끈 뜨끈 해집니다.
저도 이 뜨끈 뜨끈 해 진 맘을 생판 모르는 누구에게 선물해 봐야 겠습니다.
뜨끈 뜨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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