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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리 슈퍼맘
파리 일상

파리 지하철 이야기 – 차도녀 차도남 파리지앵이라지만… 그들에게 받는 잔잔한 감동의 순간들

by 빠리 슈퍼맘 2022. 4. 8.

저는 둘째를 우여곡절 끝에 시립 탁아소 – 크레슈 – 에 맡길 수 있었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집에서 30분이 걸렸어요. 그것도 제가 출근해야 하는 곳에서 정 반대 방향에 있어서 아기를 맡기러 갔다오면 1시간이 꼬박 걸렸답니다.

 

아기 맡기고 나서 출근하려고 지하철 타는데만 또다시 45분이 걸려서 아침 저녁으로 1시간 45분씩 총 3시간 반 동안 길에서 보낸거죠.

 

 

탁아소에서 아이를 찾아 집에 오면 바로 드러눕곤 했습니다.

 

몸이 납덩어리가 된 듯 무거워져,

등이 바닥이랑 딱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더군요.

그렇게 3 여년을 보냈으니 힘들만 했어요.

 

 

때때로 지하철 안에서 그냥 뻗어버리곤 할 때도 있었는데 한번은 자리가 전혀 없어서 기둥에 기댄 체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 가다가 누군가 제 소매를 끌어 당겨서 보니, 어느 프랑스 남자 분이 자리에 앉으라고 신호를 하시더라구요. 참 감사했습니다.

 

요새는 소매치기들이 친절한 척하면서 훔치는 일도 많아서 누군가의 가방이 열려 있어도 그냥 넘어가버린댑니다. 어쩌다 가방이 열려있는걸 모르고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 가방이 열렸으니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참 감사했습니다.

 

파리 지하철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자주 고장이 납니다.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숨어져 있어서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도 어려워요.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는 부모님들을 보면 짠합니다. 저도 겪어 봤지만 힘들어요. 남편과 같이 타면 몰라도 전 혼자 못나갔습니다. 아이가 탄 유모차를 들어 올려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 진이 빠져요.

 

하지만 유모차를 들고 계단앞에 있는 엄마들을 파리지앵들이 서슴없이 다가가서 도와주곤 하는걸 본적이 많습니다. 참 감사하죠.

 

시각 장애인들이 지나다닐때 저는 꼭 틴틴파이브의 이동우 님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 분 인터뷰를 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시각 장애인분들한테 다가가서 도와 드릴 생각을 꿈에도 못했습니다. 용기가 안나더군요.

 

한번은 지하철도 아니고 교외 기차역에서 시각 장애인 분을 봤는데 플랫폼이 좀 위험해서 맘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헌데 어느 젊은 여자분이 서슴없이 다가가서 바로 팔짱을 끼고 안내를 하시더군요.

 

저도 용기를 내기까진

그런 본을 보여주시는 프랑스 시민분들이 계셨나 봅니다.

 

여러번 그런 경우들을 보기만 하다가 언제 언제부턴가가 저도 휠체어에 타신 분이 경사면을 빨리 못 올라가시면 달려가서 밀어드리고, 시각 장애인 분들은 팔짱을 끼고 제가 같이 가 드릴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 드립니다. 이동우 님은 시각 장애인 분이 상대방 팔짱을 끼게 하도록 하는 게 제일 좋다고하신 게 기억이 나는군요.

 

차도녀 차도남 파리지앵들이 싫다고 파리를 떠나는 파리지앵들도 많지만, 저는 여전히 그들로 부터 예의를 배우고 감동을 받는 파리 일상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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