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흐, 빠리 슈퍼맘입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우기 전에는 UGC 영화관 무제한 카드를 사서 남편이 회사 간 동안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더랬죠.
하루에 3편씩 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옛날 일이 되어 버렸네요.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면서 영화 포스터들을 참 많이도 봅니다.
이따금 '아, 저거 정말 보러 가고 싶다' 싶은 영화들이 눈에 띄지만, 슈퍼맘이 영화 한 편 보러 주말 반나절을 바치고 나면 감당해내야 할 것들이 줄줄이 떠올라 쉽게 엄두를 못 냅니다.
며칠 전에 눈에 띄던 포스터 하나
서울로의 귀환 Retour à Séoul
동양인 얼굴에 + '서울'이란 단어가 눈에 띕니다.
케이팝, 케이드라마가 그리고 케이 시네마?
한국인 입양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거군요.
프랑스 한인 싸이트 프랑스존에 들어가 보니 시사회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기사를 통해서 한국에서 입양이야기가 불편하고 진부하게 취급된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세상에 뿌려진 수많은 한국 입양아들이 알면 섭섭하고 아쉬운 진실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에 가서 친부모를 찾는 한국 입양아 출신 프랑스인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태어나 버려진 상처도 크고 깊지만, 어렵게 찾은 한국 친부모에게서 또다시 상처받는 이야기를 접하곤 하면서 애타게 '친부모'를 찾으려는 입양아 출신들이 불안하고 애처로워 보입니다.
기쁨보다 노여움이 더 커지는 만남이 될까...
한국인 프랑스 입양인 친구에게 생겼던 또 다른 한국인 프랑스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사설 탐정을 통해 친엄마를 찾은 프랑스 한국 입양인 하나는 너무 기뻐서 엄마를 프랑스에 초대합니다.
그 사람이 입양된 이유는 이렇답니다.
남편을 잃고 경제적 능력이 없던 엄마는 재혼을 했습니다.
새 남편은 전처 여식을 먹여 살리기 싫어서 아이를 데리고 멀리 나가 버스 정류장에 버리고 돌아옵니다.
어렵게 찾은 친엄마는 프랑스에 초대하니, 앞으로 프랑스에서 같이 살잡니다.
명품 리스트를 내밀며 자신의 것과 가족들 것까지 사달랩니다.
그리고 자신은 프랑스에서 살고 싶으니
자신이 죽을때까지 먹여 살려달랍니다.
...
염치 없는 인간들...
그런 사람이 자신을 낳아 내버린 사람이라면, 죽을때까지 끝까지 염치없이 구는 핏줄이라면...
...
이 이야기를 해주는 제 입양인 친구, 그동안 저보다 더 자주 한국여행을 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해도 못 찾았는데... 이제는 더이상 친부모를 찾을 마음이 없어졌다는 군요.
씁쓸한 웃음을 짓는 이 친구를 보며 저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기만 했더랩니다.
'부모 자식의 연'이 뭔지,
사는 게 뭔지,
아이를 버리는 부모맘은 뭔지,
버려져 생판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사는 입양아들의 고달픔은 뭔지...
프랑스에 살기만 하면 명품을 달고 사는 줄 착각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 어디서 온건지.
프랑스에 살기만 하면 선진국에 사니 무조건 잘 산다고 생각하는 건 또 뭔지.
***
아, 이 영화 꼭 보러 가고 싶은데...!!!
짬을 못 내는 파리 슈퍼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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