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빠리 슈퍼맘입니다.
제가 겪어본 이곳에서의 부자들은 한국인이든 프랑스 인이든 헤픈 사람이 없었습니다.
돈 있는 척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냥 만나면 진짜 부자인지도 모를 만큼 검소하게 하고 지내고 가치관도 뚜렷하게 잘 잡혀 있었습니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언니 중 한 분은 주기적으로 저한테 아이들이 입었던 옷과 책들을 바리바리 싸서 가져다주셨는데 프랑스인 남편이 사장님인 부자였어요.
‘빠리 슈퍼맘씨, 만약에 내가 물려주는 우리 아이들 옷 중에 맘에 드는 게 없으면 절대 그냥 버리지 말고 걸레로 라도 쓰고 버려요’. 라고 당부하면서 전해 주시곤 했지요.
‘빠리 슈퍼맘씨, 우리 남편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도 수십년된 와이셔츠 옷깃이 다 낡아도 못 버리게 해요.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수많은 가난한 프랑스인들을 먹여 살려요. 하지만 남편은 아주 검소하게 살지요.’
‘빠리 슈퍼맘씨, 우리 식구들은 안에 입는 보이지 않는 옷들은 최고가 아니라도 깨끗이 빨아 입고, 대신 겉으로 드러나는 외투들은 좀 더 신경 쓰면서 입어요’
언니가 한번씩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이 30대 초반의 저한테는 맑은 샘물처럼 시원 달콤했답니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 의식하느라 집 앞에 나갈 때도 화장하고,
체면 때문에 집도 큰집,
차도 큰차,
옷도 빚내서 비싼 옷을 입기도 한다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안 해도 되어요.
그런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제가 만난 대부분 프랑스 인들은 검소하게 삽디다.
파리 여기저기에 아파트를 많이 갖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퇴직까지 일을 아주 열심히 하셨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일하는데 온몸을 바치신 분이시더군요.
그분은 자신의 딸이 자기처럼 일을 많이 하고 돈을 더 버는 것을 싫어한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음… 저도 생각해 보니 그분의 딸처럼 좀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가정과 육아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부자세를 내시던 그 분은 처음 만났을 때 너무나 평범한 옷차림에 전혀 부자임을 겉으로 볼 수가 없었답니다. 부부가 모두 그렇더군요.
한 번은 감사인사를 하려고 같이 차 한잔 할 기회를 마련했는데 저희 부부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다 하시면서 돈을 직접 지불하시더군요.
맘씨도 좋으시네요.
저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가진 사람들을 알고 지내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가졌지만 남들이 모르게 하고 살아서 저도 모르고 사는 사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지인들과 파리 거리를 거닐때 이따금 프랑스에서 유명인들이 지금 저기 지나간다고 저한테 알려주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어머나, 어쩜 저렇게 소탈한 차림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멀리서 보다 보면 옷차림을 보게 되나 봅니다. 원래 사람 인상과 표정을 기억하지, 옷차림을 스캔하며 기억해내는 편은 아니에요 ^^;
부모님이 프랑스에서 대단히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여러명 오래 접해 봤는데요, 그런 사실을 알기 전에는 그런 집 자제라는 것을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거들먹 거림이라든가 텃세, 교만함 … 이런것들과는 거리가 멀어서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관계가 중요하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심리가 강하죠.
이곳에서는 자기 부모가 대단한 사회적 위치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 인생과
내 인생은 별개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억대 연봉에 대한 환상들이 있죠? 제가 본 억대 연봉을 버는 사람들도 대단히 부자처럼 살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씀씀이가 있고, 각자의 삶의 목표가 다르다 보니 돈을 쓰는 곳도 다르겠죠. 하여간 뭔가 넘쳐흐를 정도로 편하게 사는 편은 아니었어요.
어쩌면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라서 돈을 많이 번다고 그 돈이 다 자기돈이 아니여서 일수도 있겠네요.
가족 수와 가족 수입에 따라서 세금을 내는 비율이 달라지는 프랑스에서는, 독신들이 세금을 내는 비율이 크답니다. 제가 아는 두 분의 지인은 연봉이 센 편인데 월급의 40프로가 세금으로 나간다고 하네요.
언젠가 한국도 겉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가 아니라, 내면이 성숙과 사회적 가치로 가득찬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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