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특별난 성공을 한 사람이 없는 내 친척들 중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 에스대 법대에 가고도 남을 성적으로
에스대 사범대를 나와 교사가 된 사람이 있다.
선생님들이 오기 싫어하고
와도 금방 금방 도망 ? 가는 곳에서 공부했던 내가
어떻게든 공부 비법을 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으리라…
엄마는 내게 그 에스대 법대에 가고도 남을 성적으로 사범대에 간 사람이
또 집에 놀러온 어느날
공부 요령 좀 물어보라고
유난히 집요하게 요청했다.
그래서 어린 내가 마지못해 물어 보는데
아직도 평생 잊혀 지지 않는 대답을 들었다.
‘넌 내가 슬슬 놀면서 공부를 잘했을거라고 생각하냐 ?’
말은 그냥 말 뿐인 것이 아니라,
얼굴 표정과
태도가 담겨있지 않은가.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의 어린 나 였지만,
정작 질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한 상태로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상처받고
씁쓸했던 기억...
아이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라' 라고 소리만 지르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지 모르는 어린이는
공부를 잘할 수 없다.
공부에는 비법과 습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난 엄마 심부름으로
그 사람이 받아갈 용돈을 빌리러 다녀와야 했다.
한번은 하필
엄마가 같은반 반장 사내아이집에 가서 돈을 빌려오라고 했다.
싫다고 울며 불며 온몸을 비틀고 반항해도 소용없던 시절.
숨막히게 하던 심부름.
그 집 거실에서 돈을 받기위해 기다렸던
길지 않았던 그 시간은
왜 지금도 이처럼
사춘기 소녀의 묘한 치욕스러움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되어 버렸는지...
큰오빠 뻘 나이의 그 사람이
공부 비결은 전혀 알려주지 않으며
한마디 던지던
그 냉소 섞인 빈정댐을
잊어버리고 산 줄 알았는데,
내 주변에서 내 아이의 공부 비결에 대해 사람들이 자꾸 물어오기 시작하며
내 안에 묻혀있던 그 순간이
툭 툭 튀어 올라와 버리곤 한다.
그때마다 난 다짐 다짐.
절대로 그렇게
빈정상하게 하며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
내 아이의 공부비결에 대해
겸손하면서
진정성을 더해서
상대방의 아이가 꼭 좋은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대답하려고
내맘을 꽉 움켜쥐곤 한다.
주변의 물음에
정성껏 대답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하던 내 마음은
진심인지라
잘 통하나 보다.
내게 조언을 구하던 학부모들은
프랑스에 사는
이민자가 되어 있는
외국인인 내게
감사해 하고
공손히 대하며
경의를 표해온다.
살면서
배우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사는 것도 잘 사는 삶인데,
그래,
이 정도면
난
잘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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